[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화산폭발로 생긴 바위섬과 생태공원의 풍경, 비양도

해안도로 따라 코끼리바위, 망부석...넉넉히 1시간이면 섬 일주 가능
박상건 기자 2019-12-19 16:29:14

비양도는 제주특별자치도 본섬에서 35km 지점에 있는 섬 속의 섬이다. 한림항에서는 3km 지점에 떠있다. 비양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우도, 가파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유인도이다. 

비양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 유일하게 화산폭발 시기에 대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관광지로도 각광받으면서 학술적 가치 또한 매우 높은 섬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기업은돌

섬에는 화산폭발 지형과 규모와 용암 종류 등이 그대로 기록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해안가 돌들은 국가지정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고려중엽, 그러니까 1002년 두 번에 걸친 화산폭발이 있었다. 그 때 용출된 섬이 바로 비양도이다. 당시 뜨거운 물이 5개월 동안 흘렀다고 전하는데, 지금 섬 정상에 2개의 분화구가 그 흔적으로 남아 있다. 

고려 때와 2차 세계대전 때는 해상전투 기지이기도 했다. 해상전투에는 반드시 등대가 필요한 법인데, 이 섬 정상에 지금도 하얀 무인등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비양도 최고봉은 비양봉이다. 해안에서 20~30분이면 산책하듯이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구릉로써 그 정상에 하얀 등대가 그림처럼 서있다. 고려 때는 이곳에서 연기를 피우는 연대를 마련해 이곳을 지키는 망수가 따로 있었다. 본디 등대의 시작은 장작불을 태워서 연기를 신호로 보냈다. 이후에 일본인들이 우리 노동력을 착취해 등대를 만들면서 중요한 전투 거점이 되었다. 

비양도 포구

경관이 좋은 섬치고 등대가 없는 곳이 없다. 그만큼 전략적 요충지에 등대를 세우다보니 지금은 전망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등대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 섬과 해안가에 풍랑이 거셌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등대 불빛을 통해 선박의 항해 길잡이가 되었다. 

그런 해안지형으로 인해 등대 아래 바닷가는 긴 세월 파도가 물보라 치면서 절벽과 바위들은 깎아지고 해식애와 동굴이 발달했다. 세월의 흔적만큼 천태만상의 기묘한 해안절벽은 후대의 사람들에게는 탄성을 내지르는 해안가의 한 폭의 풍경화가 되어주고 있다. 

비양도는 날 ‘비(飛)’ 볕 ‘양(陽)’자를 쓰는데, 전설에 따르면 북쪽 중국지방에서 한 오름이 날아왔다고 하여 그렇게 불렀다. 비양도는 제주시 한림읍 비양리에 해당하는데 80세대에 170명이 살고 있다. 비양도는 원래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죽도라고 불렀다. 일부 자투리땅에서는 농사도 짓지만 돌무더기가 많아 실제로는 대부분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는다.

비양도 주민들에 따르면, 그 옛날에는 잡초를 뜯어 땔감으로 쓸 정도로 가난한 섬이었다. 거기에 40년 전부터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고구마 재배 외에는 사실상 농사짓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동어장에 나가 함께 고기 잡고 조개를 잡는 일로 생계를 잇는다. 요즘은 관광객이 늘면서 일부는 민박을 통해 관광수입을 올리고 잇기도 하다. 

10년 전 찾아간 비양도 사람들은 비양도의 내일을 위한 ‘비양도 10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만들어 마을회관에 모여 특별한 구상을 논의 중이었다. 비양도를 이국적인 문화관광 섬으로 만들어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섬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 어쩜 주민들의 이런 열정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비양도의 세대 수와 인구수는 줄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비양도 동남쪽에는 ‘펄랑못’이 있다. 바닷물이 뭍으로 흘러 들어와 호수를 이룬 염습지이다. 해송과 억새, 대나무 등 식물 251종이 서식한다. 과거에는 경작지로 쓰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황근, 갯질경이, 갯하늘지기, 갯잔디 등 야생식물 군락지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청둥오리 바다갈매기 등 철새들이 노니는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변모했다. 

비양도 해안도로

비양도에는 ‘베게용암’이라고 부르는 돌무늬가 직각인 형태를 띠는 돌들이 많다. 이 돌들은 바다 속에서 화산이 용출할 때 만들어진 것이다. 잘 가꾸어진 생태공원 나무계단을 타고 산책하다 보면 여기저기 그런 돌탑들이 쌓여있다. 이 돌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비양도는 해안길이가 2.5km에 불과하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코끼리바위, 망부석 등 참으로 특이한 이름을 걸 맞는 여러 바위섬을 볼 수가 있다. 섬을 다 돌아보는 데는 넉넉하게 1시간이면 충분하다. 

비양도 강태공

비양도 찾는 여행객의 대부분은 낚시꾼이다. 그만큼 섬 전체가 낚시 포인트이다. 주로 돔 종류가 많이 잡힌다. 해안을 걷다보면 해녀들이 곳곳에서 물질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주로 전복, 소라, 해삼을 잡는다. 횟집은 이런 해녀들이 잡아온 자연산을 판다. 민박 펜션시설도 깔끔하게 잘 단장돼 있다. 

섬 안에 교통수단이 전혀 없다. 자전거도 없다. 그래서 여유 있는 섬 여행을 위해서는 아침 배편을 이용해 방문하는 게 좋고, 하룻밤 민박을 할 경우에는 어민들에게 부탁해 개인 선박으로 이용해 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드나들 수 가 있다. 식당이 많지 않고 주말, 휴일, 휴가철 외에는 문 닫는 경우가 많음으로 평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경우 이런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본 먹거리는 챙겨가는 게 좋고 특히 낚시채비와 미끼는 한림항에서 미리 준비하는 떠나는 게 좋다. 

비양도로 가는 배는 한림항에서 출발하고 10분 정도 소요된다. 배는 1일 3회씩 운항하는데 동절기에는 단축운행함으로 반드시 문의한 후 출발하자. 문의는 한림읍사무소(064-796-3001) 한림항(064-796-7522).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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