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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인생을 음미하는 서정춘 시인의 시집 '하류'
    칼럼 2020-11-11 11:05:10
    팔순의 서정춘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하류」(도서출판 b, 39쪽)를 펴냈다. 31편의 알짜배기 시편들을 묶었는데 짧고 강한 울림의 서정시를 선보이는 시인답게 ‘시인의 말’도 두 줄에 불과하다. “하류가 좋다/멀리 보고 오래 참고 끝까지 가는 거다”. 일반적으로 상류가 하류가 보다 맑고 풍경도 멋질 것 같은데 시인은 ‘하류’에 주목했다. 옷 벗고 갈아입고 도로 벗고 하르르 먼 여울 물소리 - ‘하류’ 전문 계절마다 새싹이 움트고 낙엽이 지고, 다시 윤회하는 그런 자연. 그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야생화, 물고기, 새소리, 심지어 하늘과 바람까지 새로 옷을 입고 벗기를 반복한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그렇게 지상에 핀 것들은 다시 껍데기가 되고 밑거름이 되면서 자연은 공존한다. 상류에서 하류에 다다를수록 신비감은 사라기기 마련이다. 대신에 물줄기는 바위에 부딪치고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부딪치고 뒤틀리면서 돌멩이들을 더욱 빛나게 다듬는다. 하류로 가는 것들의 이런 몸부림과 아래로 낮게, 낮게 흘러가는 것들의 변화는 희망을 향한 몸짓이다. 저 산봉우리의 한 그루 이름 없는 나무에서 뚝, 맺힌 이슬 한 방울은 그렇게 계곡에 낙엽 지는 소리와 새소리들을 다 모아 계곡의 화음을 만들어 하류를 향한다. 서정춘 시인의 시집 '하류' 물소리는 메마른 하류의 강변과 대지를 적셔 그렇게 하류의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 에너지가 강물이 되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이를 노자는 도(道)라고 불렀다. 그렇게 하류의 강변 혹은 계곡으로 내려온 물줄기는 가을을 맞고 겨울을 보낸다. 새로운 잎과 낙엽으로 피고 지고 도로 벗기를 반복한다. 여기서 ‘도로’라는 단어가 자동차와 사람 다니는 도로까지 연상시켜 중의적 표현의 감칠맛까지 내준다. ‘그 자동차도로까지 다 벗고’라고 생각한다면 ‘하류’의 여백과 새로움도 배가돼 이 시의 상상력이 확장된다. 대부분 ‘스스르’라고 표현했을 법한데 이 표현 역시 시인은 ‘하르르’ 리드미컬한 단어로 감각적으로 처리했다. ‘하류’ 어감과 동질성을 회복하며 더 정겹고 따뜻해진다. 그렇게 먼 길을 걸어온 ‘여울 물소리’의 하류는 온갖 찌꺼기들이 합류한 물줄기로써가 아닌 희노애락 혹은 고진감래의 삶들이 하르르 녹아들면서 더불어 젖어들고 풀어지면서 마지막 여정의 카타르시스가 된다. 그래서 ‘여울 물소리’는 ‘여운이 긴 물소리’로 출렁여 온다. “아이들이 눈 오시는 날을 맞아 눈사람을 만드실 때 마침내 막대기를 모셔와 입을 붙여주시니 방긋 웃으시어 햇볕도나 좋은 날에 사그리로 녹아서 입적하시느니”(‘미소展’ 전문) 눈사람은 돌멩이나 막대기로 눈, 코, 입 모양을 만들면서 완성된다. 입은 화룡점정이다. 생명이 없는 막대기가 입이 되어 주면서 새 생명으로 거듭난다. 시인은 아이들의 동작을 높임말로 표현했다. ‘만드실 때’, ‘모셔와’, ‘붙여주시니’, ‘웃으시어’ 그리고 ‘입적하시느니’라는 마지막 문장을 경어 처리했다. 아이가 만든 눈사람은 마침내 햇볕을 만나 스스르 사라진다. 이 과정을 ‘입적’으로 표현했다. 찬란한 햇살에 생을 마감하는 액자그림 속에서 독자는 아이와 이를 바라보는 화자가 된 시인과 스님의 마지막 일생이 오버랩 됨을 느낀다. 부처(붓다)는 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은 자’, ‘눈을 뜬 자’라는 뜻이다.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말한다. 깨달아 부처가 되는 것을 성불이라 한다. 승려의 죽음을 입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입적과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부처의 전신사리를 모신 곳을 ‘적멸보궁’이라고 하는데 ‘적멸’은 열반을 뜻한다. 모든 번뇌를 태워 버리고, 기쁨도 슬픔도 없는 마음이 지극히 고요한 상태를 말한다. 해탈의 순간이다. 눈사람은 우리에게 해탈의 순간을 떠올려준다. 자고로 아름다운 인생길은 그렇게 붓다의 깨달음처럼 나날이 깨닫고 버리고 비우면서 가는 길이다. 시 제목이 ‘눈사람’이 아니고 ‘미소展’으로 격상된 배경에서 보듯이 시인은 붓다의 삶처럼, 혹은 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시처럼 그렇게 살고지고 싶었을 게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바라노니 내 남은 나나들이/그 자연의 신성함을 지킬 수 있기를” ‘쪽지’라는 시에서 시인의 이런 심성과 삶의 한 장면을 유추 할 수 있다. “나비시를 지었다/시가 안 돼 접었다/여러 번을 접었다/여러 번을 접었다/다 털고/나비는/날/았/다” 나비의 날개 짓은 털어내는 행위다. 털어내면 털어낼수록 날개 짓은 힘을 동반한다. 그 역동성이 높이 나는 심리적, 물리적인 기제가 된다. 평생 짧게 시 쓰는 일에 매진한 시인은 더 털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여러 번’, ‘여러 번’, 털어내기를 반복한. ‘접었다’는 ‘버렸다’ ‘비웠다’는 것이다. 그렇게 버리고, 비워서, 아름답게 나는 나비처럼 나비시(詩)를 썼던 것이다. 사랑 없이 관심 없이 시를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사랑과 관심은 속세의 너절한 욕망도, 언어유희 따위의 시작행태가 아니다. 가능한 다 버리고, 비우면서 발원하는 자연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다. 예술에는 오류가 있을지라도 자연에는 오류가 없다. 영국의 시인 드라이든의 일갈이다. 괴테는 “자연의 극치는 사랑이며 사랑에 의해서만 자연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갈파했다. 서정춘 시인의 서정적 풍경화들이 아름다움과 감동을 주는 것은 이러한 자연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깊게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워서/많이 울었을 것이다//사랑해서/죽도록 울었을 것이다”(‘매미사랑’ 전문)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컷은 나무 구멍이나 잎사귀에 알을 낳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암컷매미의 아랫배는 발성기관 대신 산란기관으로 채워져 있다. 암컷은 기뻐도 슬퍼도 울지 못한다. 수컷은 매미 집이 침입하거나 열정에 가득 찰 때면 귀가 터질 정도로 울어댄다. 하지만 암컷은 온몸으로 몸부림칠 뿐이다. 서정춘 시인 매미의 삶은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 동안 땅 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지상에서 성충이 된 후 한 달의 삶을 산다. 이 한 달 동안 번식 활동과 지상의 모든 삶을 영위한다. 그러니 더 깊고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밖에. ‘그리워서 울고’, ‘사랑해서 죽도록’ 운다. 이런 매미일생을 통해 우리는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정, 자본주의와 경쟁지상주의 소용돌이 속에서 잠시나마 자연에 눈길 주고 여유와 여백이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 시편은 그런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서정춘 시인은 1941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죽편’, ‘봄, 파르티잔’, ‘귀’, ‘물방울은 즐겁다’, ‘캘린더 호수’, ‘이슬에 사무치다’ 등이 있다. 지난 2018년 등단 50주년 기념집 ‘서정춘이라는 시인’을 펴냈다. 박용래문학상, 순천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유심작품상, 백자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 [시와 풍경이 있는 삶] 박노해, ‘밤나무 아래서’
    칼럼 2020-10-16 07:10:21
    이럴 때가 있다 일도 안 풀리고 작품도 안 되고 울적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을 때 툭, 머리통에 꿀밤 한 대 아프다 나도 한 성질 있다 언제까지 내가 동네북이냐 밤나무를 발로 퍽 찼더니 후두두둑 수백 개의 밤톨에 몰매를 맞았다 울상으로 밤나무를 올려봤더니 쩍 벌어진 털복숭이들이 하하하 웃고 있다 나도 피식 하하하 따라 웃어 버렸다 매 값으로 토실한 알밤을 주머니 가득 담으며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나는 네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살아나온 그 마음을 안다 시퍼런 침묵의 시간 속에 해와 달을 품고 어떻게 살아오고 무엇으로 익어온 줄 안다 이 외진 산비탈에서 최선을 다해온 네 마음을 - 박노해, ‘밤나무 아래서’ 전문 두물머리 밤나무 박노해 시인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 수록된 시다. “울적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을 때” 성질나서 밤나무를 찼는데 “후두두둑 수백 개의 밤톨”이 머리로 쏟아졌다. 시상 전개를 위한 설정일 수 있지만, 우리는 무심코 걷어찬 돌멩이로 인해 누군가, 그 무엇에게는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기도 하며 타산지석의 지혜를 깨닫곤 한다. 시인은 “밤나무를 올려봤더니/쩍 벌어진 털복숭이들이 하하하 웃고 있다”. 화해와 깨달음의 순간이다. “하하하 따라 웃”던 시인은 주머니에 알밤을 담으면서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네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살아나온 그 마음을 안다”면서 중의적 화법으로 삶을 반추한다. 돌이켜보면 “시퍼런 침묵의 시간 속에 해와 달을 품고” 살아온 나날이었다. 밤이 알알이 익어가기까지 “어떻게 살아오고 무엇으로 익어온 줄 안다”, “외진 산비탈에서 최선을 다해온 네 마음”이 내 마음이다. 그렇게 시인은 자본주의와 경쟁지상주의 세상에서 정의로운 길을 택해 걸어온 뒤안길을 되돌아본다. 박노해 시인은 1957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노동・생태・평화운동가로 살아왔다. 노동자 생활을 하며 선린상고 야간을 다녔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이 출간되자 군사정권은 금서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시집은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결성으로 7년여 수배생활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옥중에서 1993년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출간했다. 1997년에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고 석방 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지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면서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시퍼런 침묵의 세월 동안 나눔문화 운동과 이라크 전쟁터에서 아프리카, 중동지역 아이들의 가난과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평화활동을 펼쳤다. 2010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시집, 2014년 ‘다른 길’이라는 사진에세이집을 선보이기도 했다. 글・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 [김충호 화백의 화폭의 섬] 어부의 힘찬 항해
    칼럼 2020-10-08 10:39:28
    어부의 힘찬 항해 하루 두 번씩 물길이 바뀌는 바다. 그 바다를 터전으로 어촌의 어부들은 생계를 이어간다. 때로는 안개가 자욱해 바다로 가는 길이 막히고 때로는 풍랑주의보가 내려 삶의 길이 막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쁨과 슬픔을 잘 버무리면서 사는 길, 그것이 인생길이다. 바다는 하루에 두 번씩 그렇게 두 가지의 길을 보여주면서 어부와 동행한다. 마침내 물길이 열리고 어부는 힘차게 항해를 한다. 글・그림: 김충호(서양화가. 한국미술협회 강진지부장) 김충호(서양화가)
  • [시와 풍경이 있는 삶] 김현승, '플라타너스'
    칼럼 2020-09-25 08:48:59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중략)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 (중략) ​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 김현승, ‘플라타너스’ 중에서 플라타너스(사진=박상건) 이 시는 플라타너스를 대상물로 하여 “네게 물으면”이라는 의인화를 통해 시인의 내면을 투영하고 있다. 이 시는 플라타너스에 감정이입을 통해 고독과 소망을 노래한 사색적이고 명상적이며 자연친화적이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사랑과 헌신을 흠모한 시인은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 플라타너스와 함께 뿌리내리길 염원한다. 그래서 플라타너스처럼 넓고 푸른 가슴으로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별과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고 싶어 한다. 시인은 플라타너스를 삶의 동반자로서 동일성, 쉬운 단어 활용과 반복적 리듬으로 친밀감을 더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등하굣길은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이었다. 신작로 양편으로 늘어선 플라타너스 길은 높은 하늘을 이고 시골버스, 오일장 오가는 사람들, 논밭에서 일하다 더위를 피하며 새참을 먹던 시솔사람들 풍경을 떠올려주곤 한다. 그런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이 이즈음 천덕꾸러기 신세라 안타깝다. 간판을 가리고 전선을 훼손하며 전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지와 잎사귀가 사각형 모양새로 싹싹 잘려나간다. 시인에게 영감을 준 창작무대인 광주시 양림동 100년 된 플라타너스는 단독주택 공사로 베어져 나갔다.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은 1913년 평양에서 출생했다. 광주 숭일학교 수료 후 숭실전문학교 중퇴, 조선대 교수와 숭실대 교수를 지냈다. 숭일학교 교편생활 중 학교가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사건연루자 혐의로 파면됐다. 광복 후 광주 <호남신문>, 숭일학교 교감을 거쳐 서정주, 김동리, 조연현 등과 중앙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시인의 작품은 고독과 허무 등 인간의 근원적 문제와 절대적 신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의지를 표출하는 작품을 발표했다는 평가다. 4살 아들이 병들었으나 전쟁으로 약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죽자 이 비극을 ‘눈물’이라는 시로 표현했다. 1957년 ‘플라타너스’가 실린 첫 시집 ‘김현승시초’를 비롯해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 고독’ 등의 시집이 있다. 글・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 [포커스] 태풍 속 등대의 존재 이유
    이슈 2020-09-04 13:05:14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 기준 중심기압 996 hPa, 최대풍속 18 m/s, 강풍 반경 280km의 열대폭풍으로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약 1040 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마이삭이란 이름은 캄보디아에서 제출했으며 크메르어로 티크나무를 말한다. 이 태풍은 태풍 바비 보다 더 강했다. 태풍 속 남원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마이삭은 제주를 관통해 경남과 전남 해안지대를 뒤흔든 후 거제도, 포항, 울진을 지나 동해안 북쪽 해상으로 빠져났다. 마이삭은 많은 피해를 발생시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어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이런 강한 태풍이 몰아쳐도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이 등대다. 등대는 어두운 바다와 폭우, 폭풍, 태풍 때 조난사고를 당한 선박과 어민들이 등대 불빛을 보고 섬과 해안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등대는 이처럼 선박과 어민들의 방향을 일러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마도로스에게 등대는 해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이 되는 표시점이다. 등대를 항로표지라고 부른 이유다. 한 방송 섬과 등대 다큐프로그램에서 등대의 역할을 설명하는 박상건소장(사진=섬문화연구소DB) 세계 최초 등대는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의 등대다. 160미터 되는 높이에 거대한 거울로 불빛을 반사시켜서 40km 밖에서도 불빛이 보였다고 전해진다. 15세기경 지진으로 인해 무너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진해 앞바다 망산도라는 섬에서 가야국 때 횃불로 신호를 보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전해진다. 근대식 최초의 등대는 117년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 팔미도 등대다.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천상륙작전이 이 등대에서 9월 15일 자정 정각에 불빛을 켜면서 이 신호를 시작으로 작전이 펼쳤다. 등대는 해안가 또는 섬에 설치된다. 대형등대가 49곳, 등대관리원이 상주하는 유인등대 38곳이 있다. 방파제 등대 등 무인등대까지 합치면 5289개가 아주 작은 섬마을까지 설치돼 있다. 글・사진: 박상건(등대 전문가. 섬문화연구소장)
  • [화제의 현장] 대한민국의 DNA…공동체문화와 살신성인
    칼럼 2020-09-04 11:13:05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도를 시작으로 동해안 지역에 큰 피해를 초래한 가운데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시가지와 송정리를 연결하는 송정교가 태풍으로 붕괴되기 직전에 인근 주민의 발 빠른 진입 금지 시도로 인명피해를 막아 화제다. 송정교 붕괴 직전 주민이 차량 진입을 막는 모습(사진= 평창군) 평창군에 따르면 어제(3일) 오전 7시2분 출근 시간대에 다리 상판이 휘어진 상황에서 차량이 진입하자 주민이 손을 흔들면서 차량의 진입을 막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다리를 중간까지 진입한 승용차 운전자는 이를 보고 후진했고 몇 초 후 송정교가 강물에 가라앉았다. 코로나19와 잇따른 태풍 강풍까지 겹쳐 나날이 힘든 국민들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힘은 바로 이런 우리네 공동체문화와 위기 때마다 살신성인으로 앞장 선 의인들의 DNA에 있다는 점을 되새김질하게 했다.
  • [김충호 화백의 화폭의 섬] 집으로 가는 길
    칼럼 2020-09-03 15:04:35
    내 고향 남쪽 강진에서 자주 만나는 일상의 풍경이다.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시골 길을 엉금엉금 걷는 할머니들의 뒤안길은 김충호 작, '집으로 가는 길' 우리네 어머니의 길이고 고향집으로 가는 길이다.어느 눈내리는 날, 그 길을 걷는 두 할머니의 뒷 모습에서 우리네 어머니, 우리네 인생 길을 바라보왔다. 코로나19에도 무더위에 지친 우리에게연거푸 태풍이 한반도 길을 지우고 있다.그래도 우리에게는 내일의 길이 있다.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자. 글, 그림: 김충호(화가. 한국미술협회 강진지부장) 김충호 화백(서양화가)
  • [김충호 화백의 화폭의 섬] 해창만에서 만나는 수평의 바다
    칼럼 2020-09-01 10:14:00
    노자 동양철학에 근거한 물은 배려와 비움의 상징이다. 물의 원리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고 겸허하고 낮게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다툼이 없고 허물이 없다. 그런 겸허한 물줄기들이 수직의 삶을 거부하면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김충호, '해창' 작품 ‘해창’은 고향 강진의 해창만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수평선과 한몸이 되는 섬을 바라보면서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한번쯤 음미하게 한다. 강물은 서로 만나 저 바다를 만들고 바다는 한번은 비우고 다시 밀물로 채운다. 그렇게 수평의 바다를 이룬다. 수평적 삶을 사는 자연의 극치는 사랑이다. 글・그림: 김충호(서양화가. 한국미술협회 강진지부장) 김충호(서양화가)
  • [시와 풍경이 있는 삶] 김현승, ‘가을의 기도’
    칼럼 2020-08-21 08:57:53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김현승, ‘가을의 기도’ 중에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훈민정음 해례본(사진=섬문화연구소DB) 이 시는 김현승 시인의 1957년 첫 시집 ‘김현승 시초’에 실려 있다. 삼라만상의 종말을 알리는 가을을 맞아 내적 깨달음과 충실을 갈망하는 기도시다. 낙엽 지는 가을, 마음 휑할 때 읊조리기에 제격인 시다. 숲에서 한 잎 두 잎 낙엽 지고 마지막 가지까지 탈탈탈 털어낸 후 훨훨훨 바람결에 나부끼는 그 풍경 자체가 ‘겸허한 모국어’다. 그 말없는 풍경 앞에서 더 어찌 표현할 길 없을 때 우리의 모국어는 시어로 빛난다. 말은 생각의 옷이다. 말은 마음의 그림이다. 언어는 화석화 된 시다. 말과 언어는 너와 나를 잇는 창이다. 세상으로 열린 창을 통해 우리는 우리네 아침과 희망을 열고 일군다. 그런데 이즈음 곳곳에서 우리들의 말대가리는 쨍그랑, 쨍그랑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뿐이다. 언어가 난도질당한 현실 속에서 불현듯 이 시가 떠올랐다. 삼류정치, 저질언론, 사이비종교를 통해 현란하게 유통되는 언어는 물어뜯고 공격하는 창과 칼로 둔갑해 휘날린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은어와 신조어가 새로운 트렌드가 돼 모국어와 더욱 멀어졌다. 급기야 국적 불문의 언어가 일상의 한복판을 치고 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대체어’ 목록을 발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코드인사’는 편향인사, 혹은 성향인사로, 빅텐트는 초당파연합 혹은 포괄정당으로, 스윙보터는 유동 투표층, 필리버스터는 합법적 의사진행 저지 혹은 무제한 토론, 원포인트 회의는 단건(집중)회의로 바로 잡자고 발표했다. 뉴노멀은 새 기준으로, 언택트는 비대면, 브이로그는 영상일기, 플랫폼 노동은 (온라인) 매개노동, 코호트 격리는 동일 집단격리, 라키비움은 복합문화 공간, 소셜 디자이너는 공동체 (혁신)활동가, 테마주는 화제주, 슬로푸드는 정성음식, 케어 팜은 치유농장을 대체어로 선정했다. 우리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구호에 겉멋 들어간 사이에 그만큼 언어의 중요성과 가치가 상실됐다. 마음과 마음을 잇고, 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경계 짓는 상징 기호와 기의로 전락했다. 그런 국민들에게 국어를 연구하는 정부기관이 잠시의 각성을 권고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대체어 목록에 순 우리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샘이깊은물> 편집장 시절에 외부 칼럼 원고 하나를 붙든 채 우리말과 토속어로 대체하느라 한나절을 쏟곤 했다. 그렇게 우리는 모국어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그러니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이제는 더 이상 언어를 창과 방패의 불쏘시개로 삼지 말고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글・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세종대왕 동상
  • [시와 풍경이 있는 삶] 박상건, ‘큰가시고기’
    칼럼 2020-08-14 09:15:42
    암컷이 유속에 흔들리며 수초 물어 나르기에 분주하다 그렇게 수초 둥지에 알을 낳고 죽어간 빈자리에 수컷이 밤낮없이 흰 지느러미를 흔들어 쌓는다 물살에 뒤틀리면 돌멩이에 몸을 걸치고 다시금 부화를 위해 줄창진 저 지느러미의 부채질 20여 일을 꼬박 밤새워 흔들어 쌓던 지느러미가 파랗게 멍들어 숨을 멈추던 날 수초더미에서는 가시고기 새끼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치어들이 아비의 몸을 뜯어가며 세상에 눈뜨던 저 신성한 제례 앞에서는 어느 물고기도 아가미를 벌리지는 못했다 유어들이 어미의 속살로 세상 물살 헤치는 동강 섶다리에 아이들이 끌고 가는 송아지의 울음 높이곰 솟는다 - 박상건, ‘큰가시고기’ 전문 산란기 수컷 큰가시고기(사진=해양수산부) 시집 ‘포구의 아침’(2003)에 실려 있는 졸시다. 큰가시고기는 몸 길이가 9 cm 내외다. 몸빛은 청흑색, 배는 은백색, 치어는 흑청색 무늬가 있다. 등에는 서네 개의 강한 가시가 있다. 수컷과 함께 수초를 물어 나르던 암컷 큰가시고기는 보금자리에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친다. 수컷은 엄마 없는 둥지에서 새끼들을 보살피기 시작한다. 거친 물살에 보금자리가 뒤틀리면 온몸으로 지느러미를 흔들어 돌멩이를 움직이며 보금자리를 지킨다. 마침내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고, 20여 일 동안 혼신을 다하던 수컷은 피멍든 채로 생을 마감한다. 어미는 죽어도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수초더미의 새끼들은 세상을 향해 눈을 뜨고, 힘찬 유영을 준비한다. 치어로 성장하는 동안 죽은 아비의 살붙이를 먹으며 영육을 키운다. 그런 큰가시고기의 신성한 제례 앞에서 어느 물고기도 함부로 아가미를 벌리지 못한다. 마침내 유어가 되어 힘차게 물살을 헤치며 행렬을 형성한다. 그 물빛 선연한 풍경 위에는 또 하나의 풍경화가 있다. 동강 섶다리에는 아이들이 송아지를 끌고 가는데 그 울음소리 유난히 높게 솟구쳤다. 이런 큰가시고기 부성애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사업이 본격화됐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큰가시고기 종자를 강원도에서 채집, 산란과 수정과정을 연구해왔다. 토속 민물어류인 큰가시고기 산란 행동과 생활 특성을 파악해 관상어 품종으로 개발키로 한 것이다. 큰가시고기는 개체수가 적어서 관상어 품종으로 가치가 높다. 현재 전 세계 관상어 시장 규모는 45조 원, 국내 시장 규모는 4000 억 원 수준으로 급속히 성장 중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는 큰가시고기 종자의 수온, 밀도 등 사육조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제 일반인들도 큰가시고기의 아름다운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토속 민물어류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고 고가의 해외 관상어에 대한 수입대체 효과까지 낼 수 있다니, 큰가시고기는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물고기임이 분명하다.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 [김충호 화백의 화폭의 섬] 우리에게 섬이란 무엇인가
    해양문학 2020-08-10 16:35:02
    김충호 작, '섬' 강진 벌판과 마량 포구가 펼쳐진 강진은 나의 고향이다. 누군들 고향이 그립고 정겹지 않으련만 특히 내 고향 고향의 섬 풍경을 바로고 있노라면, 인간의 원초적인 터전은 섬이고, 섬은 인간의 그리움으로 뿌리 내린 원초적인 고향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는 오늘도 섬으로 떠난다. 글・그림: 김충호(서양화가. 한국미술협회 강진지부장)
  •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서정춘,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칼럼 2020-07-26 09:21:30
    아버지는 새 봄맞이 남새밭에 똥 찌끌고 있고 어머니는 어덕배기 구덩이에 호박씨 놓고 있고 땋머리 정순이는 떽끼칼 떽끼칼로 나물 캐고 있고 할머니는 복구를 불러서 손자 놈 똥이나 핥아 먹이고 나는 나는 나는 몽당손이 몽당손이 아재비를 따라 백석 시집 얻어보러 고개를 넘고 - 서정춘,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전문 한국적 토착정신이 시에서조차 사라져 가고 있다. 국적 불문의 은어와 사적 말장난이 ‘스토리텔링’으로 포장돼 가락 없는 노래들이 아우성친다. 서정춘 시인의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은 이즈음 문학풍토와 세태를 곱씹게 하면서 토속어의 맛과 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이 시는 ‘봄, 파르티잔’, ‘캘린더 호수’ 시집에 실려 있다. 한국시인협회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엮은 100명의 시인들이 쓴 방언시집 ‘요엄창 큰 비바리야 냉바리야’에도 실려 있다. 서정춘 시인은 군더더기 없는 단어로 함축적인 시를 선보인다. 간단한 문장에서는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이 연출된다. 특히 전라도 방언을 통해 농촌 풍경과 추억과 친근감을 동시에 재현했다. 마치 ‘TV문학관’이나 ‘전원일기’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농촌 고유의 정취를 진하게 풍기는 방언인 ​‘남새밭’은 채소밭, ‘찌끌다’는 끼얹다, ‘어덕배기’는 언덕, ‘떽기칼’은 공식 사전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화살촉처럼 만들어진 칼을 말한다. 이 칼은 농촌에서 부엌의 식칼, 들판의 낫 다음으로 다용도로 많이 사용한 칼이다. ‘몽당손’은 사고로 손가락이 잘린 손이다. 코로나19로 민초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시대보다 더 가난하고 투박한 삶으로 하루살이를 이어가던 시절의 풍경화다. 그 시절 풍진세상의 농촌 풍경인데도 정겨운 미소와 희망과 추억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한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는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정순이가 등장해 여한 없는 하루의 삶을 시작한다. 안분지족이다. 가난이 몸에 익은 문학 소년은 백석시집을 빌려보려 고개를 넘는다. 읍네 서점으로 새 책을 사러가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빌리려 가는 길인데도 그 뒷모습은 너무 행복에 겨웠다. 동구 밖에서 깨금박질 하다가 이내 꼬불꼬불 산길 돌고 돌아가며 땀방울 훔쳐내곤 하지만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백석 시인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본명은 백기행이다. 오산고보 졸업 후 1930년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단편소설 ‘그 母와 아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월이 가락을 통해 노래한다면 백석은 묘사를 통해 ‘이야기 시’를 썼다. 묘사, 순우리말 구사, 짜임새 있는 구성, 반복되는 문장의 운율감 등이 특징이다.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오세영, 7월’
    칼럼 2020-07-19 16:20:05
    바다는 무녀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 산발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 오세영, ‘7월’ 전문 바다는 한 번은 비워내고 비운 만큼 채운다. 그렇게 썰물과 밀물이 공전하며 수평을 이룬다. 때로 해풍에 뒤집어지고, 아무 일 없는 듯 잔잔한 바다에는 우리네 세상살이를 재현한다. 섬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섬 여행을 즐기는 이유는 그런 바다에 무한한 삶의 기표들이 나부끼고 생동하기 때문이다. 울적하고 마음 허해질 때면 무작정 섬으로 떠난다. 섬은 나그네에게 위안과 평화를 준다. 섬은 밤낮으로 사계절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출하며 삶의 지혜를 일러준다. 마라도 해안파도(사진=섬문화연구소 DB) 매년 섬에서 시인들과 섬사랑시인학교 캠프를 연다. 평소 섬을 좋아하는 오세영 시인께서도 섬 분위기에 딱 맞는 한 편의 시를 낭송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바다는 그대로 한 편의 시이고 시는 깊고 넓은 바다처럼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시인은 파도치는 바다를 치마폭을 휘말리며 춤추는 무녀로 그렸다. 바다는 산발한 채 머리카락 휘날리며 푸르고 아름다운 광기를 부리는 광녀 같기도 하다. 마침내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안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렇게 뜨겁게 달아오른 7월의 바다는 섹슈얼리티(Sexuality) 대상이다. 섹슈얼리티, 또는 성(性)은 성에 대한 감정과 가치관, 행위를 포괄한다. 인간은 감정과 이성의 동물이고 사회적 동물이다. 성적(性的) 지향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이끌리는 사회적 성(Gender)을 말한다. 젠더(성)는 에로틱한 욕망, 감정의 대상이 돼 이끌리는 성적 현상이자 성적 취향이다. 태풍주의보가 내린 제주 남원읍 무인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DB) 시인은 흰 거품 물며 끓어오르는 성적 대상으로 바다를 표현했다. 마침내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이 되는 바다, 그 가슴에 “안기고 싶”은 게 어디 시인의 마음뿐이겠는가. 7월, 정열의 바다는 우주 밖으로 뛰쳐나갈 만큼 사랑과 환희의 에너지를 내뿜는다. 그 “바다는 짐승”이고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가 되어 우리네 무한한 행복의 무대가 되고 상상력의 공간이 된다. 그렇게 서로 얼싸안고 몸 부비며 사랑하고 전율하는 “바다는 희녀”다. 푸르게 파도치며 “꿈꾸는 눈”이다. 7월에는 ‘푸르른 이마’를 쳐들고 우리를 기다리는 그 ‘처녀의 바다’로 떠나자. 글・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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