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기행] 서해안 전어구이 냄새에 취하고, 파도소리에 취하고

코로나 우울증 털어내며 바다에게 나의 길을 묻다
박상건 기자 2020-09-09 10:23:47

가을바람 따라 해안선 여행을 떠나볼까. 이즈음 맛 기행을 겸하는 코스로 서해안이 제격이다. 지금 서해안 포구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가 가득하다. 가을 제철 수산물로 각광받는 전어는 광양 망덕포구에서 서천, 웅도, 간월도, 선재도 포구가 대표적이다. 

8월 남해안을 출발한 전어는 9월부터 10월까지 서해안으로 이동한다. 이상기온으로 삼천포를 시작으로 여름철에 선보이기도 했던 전어는 토실토실 살을 발라내며 먹기는 가을전어가 일품이다. 

전어(사진=섬문화연구소DB)


망덕포구는 섬진강에서 광양 쪽 해안선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 위에 운치 있게 먹을 곳을 오두막처럼 쉼터를 지어 바다 풍경과 함께 멋과 맛이 어우러진다. 이곳 어부들은 거의 전어를 잡아 생계를 잇는다. 횟집은 대부분 전어 전문점이다. 

그 다음 충남 서천은 매년 전어축제가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됐다. 한 때 기름유출로 고생한 서해안 사람들이었지만 예전의 맛과 분위기를 되찾은 지 오래다. 어민들의 그간의 시름도 덜어주고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점을 고려하면 좋은 코스에 해당한다. 웅도, 간월도도 전어 명소 중 하나여서 연계 여행도 가능하다. 

웅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마치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해서 그리 부른 섬. 물이 빠지면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마을 초입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있다. 어촌체험마을 프로그램이 마련된 섬으로 갯벌체험 등 다양한 섬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맞은편에는 고파도, 조도 등 작은 섬들이 있다. 

웅도에 가까운 간월도는 태안반도 중간쯤에 있다. 충남 서산의 대표적 갯마을로 안면도 바로 위에 있다. ‘간월’은 ‘달을 본다’는 뜻. 유서 깊은 간월암이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 작은 암자 섬에서 수행을 하던 중 유난히 밝은 달빛이 바다 위를 비추는 것을 보고 간월암이라 불렀다. 전어도 먹고 인근 천수만 강둑길을 걸으며 가을정취를 느끼고 철새 도래지와 드넓은 평야지대를 감상하는 일도 서해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운치다. 

전어구이(사진=섬문화연구소DB)


옹진군 선재도는 안산 대부도에서 다리로 연결돼 승용차로 갈 수 있다. 대부도에서 영흥도를 거쳐 3개의 섬을 건너는 특이한 섬 여행 코스를 체험할 수 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춘다고 해서 신선 ‘선’, 재주 ‘재’를 따서 선재도(仙才島)라고 부른다. 그만큼 아름다운 섬이다. 선재도의 측도는 웅도처럼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는 섬이다. 

코로나19로 각종 서해안 전어축제가 취소된 상황이지만 지금 서해안의 별미인 전어를 먹고 함께 잡히는 꽃게도 제철 음식으로 맛보며 코로나 우울한 마음을 떨쳐버리는 것도 서해안으로 떠나는 여행의 탁월한 선택인 셈이다. 

가을전어는 그 고소한 맛 때문에 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고 집 나간 며느리가 그 고소한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말도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찬바람 서서히 불어가는 가을날에 그 구수한 냄새가 출렁이는 서해안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전어회(사진=섬문화연구소DB)


전어는 먹는 방식이 다양하다. 큰 뼈를 빼고 나면 버릴 것이 없는 고기가 전어다. 뼈째로 썰어서 된장에 발라 회로 먹거나, 숯불이나 연탄불에 굳는 소금구이, 무침, 찜 등으로 먹을 수 있다. 그 가운데 구이가 최고인데, 구이가 메뉴가 없는 집은 전어전문집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면 전어는 몸통이 매우 말라서 잘못 구우면 타버리거나 타는 것을 막고자 덜 익히면 아니 굽는 것만 못한 꼴이 된다. 그래서 전어구이는 고수들만 굽는다. 

가을 전어는 9월에 지방질이 가장 풍부하고 뼈가 부드러워져 맛이 좋다고 알려졌다. 꽃게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시기여서 이래저래 서해안 가을바람은 미식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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