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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읽는 섬이야기] 비응도, 해당화 지다(4편)


보상금을 받으면 이번 기회에 넓은 평수로 옮길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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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으로 시작한 호기심은 점점 짙어갔다. 이 번 기회에 명탐정 실력을 한 번 발휘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갓난아기를 안 듯 보따리를 안고 우리를 앞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바짝 뒤따라갔다.

 

“왜, 보따리를 목욕탕까지 들고 왔을까?” 

“글쎄, 참 별스럽네.” 

엄마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의 보따리에 대한 집착은 계속되었다. 식사 때도 보따리를 들고 왔을 정도니까.

 

서해안 갯벌에서 조개잡는 사람들(사진=섬문화연구소DB)


“어머니 그 보따리 이리 주세요. 장롱에 넣어 둘게요.” 

“아니다!” 

차갑게 대답하더니, 할머니는 식탁 의자에 끼고 앉았다. 이번에는 등받이가 된 것이다.

 

‘아, 대단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구릿빛으로 물든 할머니 피부가 형광등 불빛 아래서 바삭바삭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할머니는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보따리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할머니가 식탁에서 일어나서 막 내방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전화가 왔다.

 

“네, 여기 계셔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가 계신 방문을 바라보며 엄마가 말했다. 

“이장님이세요. 마을 회의를 했는데 어머니가 보상을 안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고 하네요. 당신이 어떻게 설득 좀 해 봐요.” 

아빠는 걱정스러운 듯 방문을 바라보았다.

 

“당신 내게 할 말 있어?” 

계속 아빠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엄마가 이상했는지 아빠가 물었다. 이때를 기다리듯 엄마가 아빠 곁으로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여보, 어머니 집 때문에 공사가 중단 됐대요. 보상금을 받으면 이번 기회에 넓은 평수로 옮길 수 있을 텐데.” 

“당신은 넓은 아파트가 그렇게 좋아?” 

“그럼, 좋지.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엄마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아빠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는 놀라서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옆에 있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숨을 쌕쌕거렸다. 엄마의 목표는 어느새 넓은 아파트로 옮겨야 한다는 것으로 정해진 것 같았다. 우리 엄마는 끈질기다. 한 번 정한 목표는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으니까.(계속)

박월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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