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슬픈 섬이 만들어진 이유를 찾는 여행
김성애 기자 2021-09-08 12:34:25

‘몰디브, 보라보라, 발리......’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섬들이다. 이곳에는 무성한 야자수와 금가루 같은 백사장, 그리고 돈 많은 관광객이 있다. 여행사마다 다양하게 내어놓은 여행 일정들-‘환상의 섬 몰디브, 4박 5일에 95만원!’-은 역시 여기가 불변하는 1위의 신혼여행지며 휴양지임을 나타낸다. 

‘델로스, 알카트라스, 소록도......’ 이곳들을 떠올릴 때면 나는 자주 마음 한 편의 감정선을 지난다. 델로스는 참혹한 노예시장의 중심지였고, 알카트라스는 악명 높은 감옥이었으며, 소록도는 일제하에 나병환자들이 강제 이주된 거대한 병원이었다. 나라를 점령당하고, 흉악한 죄를 짓고, 치유될 수 없는 병을 가진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아니, 강제로 들어가야 했던 곳. 바로 인간이 만들어 낸 슬픔의 섬이다. 

비양도 전경(사진=섬문화연구소DB)

슬픔의 섬이 만들어진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그 비극은 분리에서 시작한다. 다수는 소수에게, 강자는 약자에게 분리를 고한다. 그것으로 집단의 우월함과 순수성을 드러낸다. 지리적으로 분리된 자들을 격리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는 섬이다. 이런 식으로 인간은 몇 개의 섬을 슬픔의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나라는 몇 개의 섬을 가지고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를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한반도라고 하지만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남한은 섬이다. 우리가 떨어져 지낸 동안 남과 북은 서로 아득한 섬이 되어버렸다. 

남한에서도 동과 서, 강남과 강북의 분리는 서로를 외로운 섬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와 국민, 좌와 우, 노(勞)와 사(使), 사(師)와 제(弟), 부(富)와 빈(貧), 노(老)와 소(少)의 분열은 분리로 이어지고, 이것은 또다시 수천, 수백 개의 섬으로 나뉜다. 

마라도 전경(사진=섬문화연구소DB)

가정 안에서도 분리는 일어나고 있다. 마치 하나의 세포가 세포분열을 하듯 쩍쩍 갈라져 다시 조각을 끼워 맞추기엔 형체조차 닳아버린 가정이 늘어간다. 나의 친구, 사랑하는 애인, 심지어 자신 안에서 조차도 스스로를 고독한 섬 안에 가두어 버리는 우울증 환자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주인 잃은 무인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라면 5000만 인구가 모두 슬픈 섬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서로가 서로를 섬 안에 격리시키는 중이다. 상처 난 부위에 칼을 대듯, 더욱 골이 깊어진 상처는 아물길 없이 그 환부를 드러내고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보이지 않은 섬 안에 가두고, 자기는 환상의 섬 ‘몰디브’, 타인은 사악한 섬 ‘알카트라스’라고 생각하며 산다. 이제 이 섬들은 허공에 뜬 섬이 되어 그 사이를 건널 방법도 없는 듯하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섬의 기질을 가졌다면 적어도 그것은 바다와 바다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옆에 있는 섬에 놀러가 볼 수도, 건너가 볼 수도 있을 것 아닌가.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지금 내 옆에 있는 그 섬, 그 낯선 섬이 생각보다 얼마나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인지 놀러가 보자. 여행을 하다보면 내 취향에 맞는 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섬의 아름다움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될 수 없는 것임도 명심해야 한다. 

단, 오징어를 한 마리 준비해 가자!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안주가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지만-반면 제일 맛있는 안주는 정치인이다-내 몸뚱어리를 씹을 줄 알아야 한다. 질겅질겅 씹다보면 ‘나’라는 인간이 어떤 맛인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불쌍한 행인이 있으면 내 몸뚱어리 하나 턱하니 떼어 줄 수 있는 아량보 오징어가 되어야 한다. 당신의 섬 기행이 즐거운 모험이길 바란다.

김성애(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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