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장흥군 정남진·회진항·노력도

정남진 해안선 따라 풋풋한 삶과 다도해 풍경에 취하다
박상건 기자 2021-12-07 08:18:12

정남진은 정동진이 서울 광화문의 정 동쪽에 위치한다는 데서 착안해 장흥군이 정 남쪽 해안을 지역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 정남진 좌표점은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정남진 해안선은 장흥군 안양 수문에서 대덕 옹암까지 42.195㎞이다. 

정남진 전망대에 오르면 득량만과 소록도, 거금대교, 완도, 금일도 등 올망졸망한 다도해 비경을 조망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가면 다양한 볼거리와 풍부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정남진 전망대

장흥군 회령포는 이순신 장군이 1597년 8월 20일 조선 수군 함대를 이끌고 해상전투를 위해 출정했던 곳이다. 충무공은 이곳에서 전라도 연안 해역에 남은 함선을 수습했다. 이때 남은 전선은 12척, 군졸 120명. 이순신 장군은 회령포에서 병력을 재무장해 도열한 뒤 임금이 내린 교서를 병사들에게 내보이며 충성을 맹세했다. 

회령포에는 세종 21년(1490) 4월에 쌓은 회령진성이 있다. 마을 뒷산을 이용해 만든 길이는 616m 성벽이 남아 있다. 이곳은 왜구를 방어하는 수군 기지로써 동쪽으로 고흥 사도진, 녹도진에 연결되고 서쪽으로 마도진, 이진진, 어란진으로 연결된다. 장흥군은 이러한 충무공의 업적을 기르고자 매년 회령포 축제를 연다. 

회령진성 성벽

장흥의 중심 항구는 국가 어항인 회진항. 항구에서 바라볼 때 왼쪽으로 회진항 도제동단등대가 있는데 특수표지에 해당한다. 오른쪽으로는 회진항 도제서단등대가 있다. 등대 중에서 특수표지는 좁은 해협과 수로에 설치돼 항행하는 선박에게 해상 교통량, 조류 방향 등을 전파 또는 형상물로써 통보해준다. 이런 등대는 해상사고가 빈번하거나 발생 우려가 큰 곳에 설치한다. 회진항 앞바다는 갯벌 지역으로 선박의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토사 준설작업을 한다.

회진항을 이용하는 어선은 155척, 외래 어선도 42척에 이른다. 두 개의 등대는 해수면으로부터 13m, 등대 높이만 9m. 등대 불빛은 14.4km 밤바다까지 비춘다. 회진항으로 유입되는 수산물은 주로 갯장어, 낙지, 농어, 숭어 등이다. 

회진항

회진항에는 전국에서 강태공들을 몰려들어 많은 낚싯배가 정박 중이다. 수도권에서 밤차로 출발했다는 한 낚시 동호회원들은 이른 아침 배를 타고 참돔, 부시리를 잡으러 배로 1시간 거리의 완도군 여서도로 떠나는 중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완도군 금일도, 덕우도, 황제도 등으로 감성돔, 돌돔을 잡으러 떠났다. 

장흥군에는 14개의 섬이 있는데 노력도와 장재도는 유인도다. 장재도는 1960년 둑으로 바다를 막으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노력도는 2005년 12월 회진면과 연륙교 회진대교가 완공돼 정기여객선이 없어 개인 배로 오가던 섬 주민들은 승용차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회진항등대

노력도는 진목리 해안에서 1.4㎞ 떨어져 있는 섬으로 면적은 0.84㎢, 해안선 길이는 7㎞. 1895년 완도군 소속이었던 이 섬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장흥군으로 편입돼 회진면 덕산리에 해당한다. 현재 84가구에 163명이 살고 있다. 어민들은 주로 장어, 전어, 멸치 등을 잡고 굴과 김, 미역 양식업도 활발하다. 해안가에는 양식장에서 미역, 다시마를 채취할 때 이용하는 무동력 배들이 쌓여 있었다. 풍랑주의보 등 바람이 부는 전날 혹은 배를 손질하기 위해 뭍으로 옮겼다. 

노력도는 노룡이 머물던 섬이라는 뜻에서 노룡도라고 불렀다가 노력도로 바꿨다. 물이 좋아 노인들이 장수하는 섬이라는 뜻에서 ‘노력도’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노력도는 해안 곳곳이 낚시 포인트다. 특히 노력항 방파제 주변은 낚시인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감성돔, 농어, 우럭, 노래미, 도다리, 학꽁치 등이 주 어종이다. 

회진대교와 노력항

노력항은 어민들이 이용하던 정주 어항이었는데 최근 여객, 화물까지 처리하는 시설을 확대했다. 2010년 7월 제주 성산항까지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취항하면서 연안항으로 발돋움했다. 완도 금당도를 오가는 차도선도 하루 6회 운항한다. 회진대교 아래로는 여객선과 어선들이 부지런히 드나든다. 다리 아래 항로와 양식장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노란색 등대가 눈길을 끈다. 해상교통신호등 일종으로 교량등이라고 부른다. 

노력항은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어촌뉴딜 300사업에도 선정됐다. 이 사업은 노력항을 다기능 연안항으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해양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어민의 삶의 질도 높이고 연안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방파제 확장, 휴식걸음길, 휴양공원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노력도 앞바다

대리에는 해양낚시공원이 있다. 낚시교와 부잔교식 낚시터, 육상 낚시터, 콘도식 낚시터, 파고라, 정자 등 낚시시설과 휴게시설을 갖췄다. 가족 중심 레저와 휴양을 지향하고 특히 청소년을 바다낚시의 잠재적 수요를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어촌문화체험, 해양생태계 관찰 등 다양한 해양문화를 즐길 수 있다. 

남포마을 앞바다에 무인도 소등섬이 있다. 먼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과 가족을 위해 호롱불을 켜놓고 그 불빛을 보고 무사히 귀환하기를 빌었다고 해서 소등섬이라 부른다. 이 섬으로 득량만에서 떠오르는 일출 풍경이 일품이다. 소등섬은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섬으로 걸어갈 수 있다. 바다를 가로질러 섬까지 가는 데 천천히 걸어 5분 정도 걸린다. 

비내리는 노력항과 낚시인

장흥장터도 자랑거리 중 하나. 장흥의 맛과 흥이 함께 하는 토요시장이 매주 열린다. 야외무대에서는 장흥 전통농악인 버꾸농악 공연, 풍물놀이, 품바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토요시장에서는 장흥의 친환경 농산물과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나오는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한우고기와 장흥 키조개, 장흥 표고를 함께 구워 먹는 장흥삼합이 유명하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매생이 요리, 신선한 바지락으로 만든 바지락 회 비빔밥, 장흥 낙지, 쭈꾸미, 전어도 장터의 인기 메뉴다. 토요시장은 2017~2018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흥 먹거리를 상징하는 ‘장흥9품’은 장흥표고, 장흥무산김, 낙지, 한우와 육포, 청태전. 헛개, 황칠, 친환경쌀 아르미, 매생이다. 

비 내리는 정남진 해안도로

장흥읍 억불산 자락 100ha에는 피톤치드를 듬뿍 내뿜는 40년생 이상의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이 있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로 불리는 이곳은 목재문화체험관, 생태건축 체험장, 숲 치유의 장, 산야초 단지, 말레길 등이 조성됐다. 목재문화체험관에는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관에는 숲과 나무에 관한 내용을, 체험관에는 목재문화 전반에 관한 내용을 체험할 수 있다.

정남진·회진항·노력도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경부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목포~장흥, 또는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장흥 코스로 4시간 50분 소요. 대중교통은 KTX 용산역~광주·송정리역~고속버스 또는 승용차 이용해 3시간 소요. 고속버스는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하루 7회 운행하고 4시간 40분 소요. 문의: 장흥군 문화관광과(061-860-5771)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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