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 수호의 최첨병 영해기점 ‘상왕등도’

한규택 기자 2024-01-02 17:17:58
우리나라의 바다는 어디까지일까? 국경선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육지와는 달리 바다에는 경계 표시나 울타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바다와 접해 있는 연안국들의 관할해역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해양과 관련된 국제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제정되어 1994년에 발효되었다. 유엔해양법협약에는 해양관할권의 기준이 되는 ‘기선’에 대한 내용과 함께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경제수역(EEZ), 대륙붕 등 연안국의 관할해역에 대한 권리와 한계 등이 명시되어 있다.

상왕등도 북서 해안의 영해기점 표시(사진=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제공)


영해기점은 우리나라 영해(바다의 경계)를 확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점(영해기선이 만나는 곳)으로 우리나라에는 23곳의 직선 기점이 있다. 영해기점은 우리나라 영해, 배타적경제수역, 대륙붕 등의 범위를 정하는 시작점으로, 해양관할권 수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그런데 동해의 영해기점인 독도는 잘 알려졌지만, 서해의 영해기점에 대해서는 모르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우리나라 23개 직선기점(영해기점)(사진=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제공)


상왕등도(上旺嶝島)는 우리나라 서해중부의 영해기점 섬이다. 대한민국 영해가 시작함을 알리기 위해 북서쪽 절벽 아래에 태극기가 부착된 첨성대 모양의 영해기준점 표지가 설치되어 있다. 2012년부터 국가관리 연안항으로 지정되어 조업하는 어민들의 든든한 피난처이자 길잡이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왕등도 정상과 항구 방파제 등대가 주변 뱃길을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상왕등도는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에 속한 유인도로 부안 격포항에서 위도를 거쳐 뱃길로 4시간(약 32km) 걸리는 곳에 있다. 백제 의자왕의 아들 풍(豊)이 나라를 잃고 백제부흥 투쟁을 벌이다가 해상 망명길에 오른 섬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과거 망국의 한을 달래던 섬이 21세기에는 나라의 바다를 지키고 우리의 주권을 표시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상왕등도 전경(사진=해양수산부 제공)


또 상왕등도는 다양한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썰물로 수위가 낮아지면 길게 바다로 뻗은 바위맥 아래로 아치 모양의 뚫린 구멍이 드러난다. 용이 바다에서 올라오다가 배를 살짝 들어 올려 틈을 준 모양새의 지형 지질 현상으로, 이름도 용문암이다. 1996년에는 섬 서쪽 수심 10~30m 바다의 표층 최적물에서 매머드의 어금니 화석 두 점이 발견돼 고생물학적 연구 가치가 높은 섬이기도 하다.

상왕등도 구멍바위 용문암(사진=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제공)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는 해양관할권 수호를 위해 핵심적인 영해기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23년부터 2029년까지 7개의 영해기점 유인섬을 '올해의 섬'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지잔 2023년에는 ‘가거도’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에는 ‘상왕등도’를 '2024년 갑진년(甲辰年) 올해의 섬'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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