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형도

18억 7000만 년 전 지질공원 갈대숲과 호수 풍경
박상건 기자 2021-11-02 08:15:57

우음도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0.42㎢, 해안선 길이는 2.4km이다. 현재 40명이 살고 있다. 우음도는 1994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육지와 연결됐고 1997년 9월 초등학교 우음분교는 문을 닫았다. 

우음도 지명유래는 섬이 소를 닮았고 섬으로 소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305번 도로를 타고 고정리로 가는 길목에는 공룡 알 화석지라는 표지판이 있다. 1999년 이후 20개 이상의 공룡 둥지와 139개 공룡 알 화석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2000년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했다. 코로나로 공룡 화석지로 가는 길은 폐쇄됐지만 온통 갈대숲으로 둘러싸여 가을 추억여행 코스로 제격이었다. 우음도에는 우음도 에코센터, 시화호 습지체험 코스, 전망대 등이 마련돼 있다. 

우음도 전망대 앞 풍경

우음도 역사와 생태를 둘러보는 우음도 둘레길, 야외학습장이 조성돼 있는데 이날도 청소년들이 생태체험 중이었다. 둘레길은 시화방조제가 생기기 이전의 섬 역사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총 1.65㎞ 구간이다. 갈대숲과 진입로는 걷기에 편리하도록 매트를 설치했고 갈대 밭길과 쉼터가 마련돼 있다. 

특히 우음도 둘레길 구간 중 선캄브리아기 지질특화지역의 지질학습장은 여행객들이 꾸준히 찾는다. 서울 근교에서 섬의 지각변동과 지질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자연합습장으로 좋은 곳이다. 지질명소는 화성지질공원원에서 가장 오래된 18억 7000만 년 전으로 이뤄졌다. 서쪽에는 선캄브리아시대의 편마암, 편암, 각성암 등 변성암이 넓게 분포한다. 이를 뚫고 들어간 중성대 화강암이 다양한 크기의 암맥으로 분포한다. 

습곡구조

지질구조가 구부러지거나 휘어진 습곡, 단층, 지하 마그마가 기전 암석을 뚫고 들어가 형성된 암맥, 여러 암맥이 동시에 나타나는 암맥군, 화성암 내부에 들어 있는 여러 암석 파편인 엔클레이브(포유암), 화강암의 미지형, 잔류 시스텍(해식기둥)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특히 갈대 전망대 앞의 습곡은 우음도 여행 중 쉼터 역할을 제공하는 구간이면서 암석이 압축력으로 구부러진 지질구조를 형태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바위가 누워있는 횡외습곡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습곡은 압축력뿐 아니라 전단력에 의해 만들어진 칼집 모양의 습곡을 보여준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포물선 모양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단력은 암석 안의 층리나 엽리와 같은 면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평행하게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암맥과 절리

갈대밭 지질공원에서 시화호 습지 공원 쪽으로 더 걸어가면 아주 적막한 하중도에 고니들이 망중한을 즐겼는데 이방인의 카메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더 먼 곳으로 달아났다. 이처럼 시화호 갈대 습지에는 고니, 수달, 맹꽁이, 반딧불 등 멸종위기·희귀종 등 235종의 식물과 45종의 조류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해양생태 식물을 관찰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생태여행 코스다. 코로나가 끝나면 글램핑 1박 2일 캠핑 프로그램, 생태 환경학교도 재개될 예정이다. 

우음도 맞은 편에 형도가 있다. 화성시 송산면 독지리에 소속된 섬이다. 면적은 0.64㎢, 해안선 길이는 3.2㎞이다. 조선시대에는 봉수대가 있었을 정도로 서해안 요충지 섬이다. 시화방조제가 생기기 전 소래포구, 사리포구와 함께 경기만 3대 포구였던 마산포에서 배를 이용해 형도를 오갔다. 형도는 시화호 연안어업의 중심 섬으로 바다에는 농어·숭어·꽃게·새우‧굴이 풍부했다. 형도에서 잡은 수산물과 인근 섬에서 배로 운반해온 해산물은 인근 사강시장과 인천을 거쳐 서울로 유통됐다. 

우음도 시화호와 철새

형도로 가는 시골길은 자동차 1대가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로 좁은 시골길이다. 1970년대 시골 비포장도로를 연상시키며 깊이 패여 소달구지처럼 덜커덩거리며 가야 했다. 수도권에 이런 시골이 있나 싶었다. 유독 부동산 매도, 매입 플래카드가 많았다. 그렇게 먼지 자욱한 길과 산길 나뭇가지에 자동차를 긁히면서 운전한 지 얼마 후 적막한 섬이 시야에 들어왔다. 

본디 보름달 모양이던 형도는 시화방조제를 공사를 위한 채석장이 됐고 가운데 봉우리가 잘려나갔다. 대부도나 우음도 방향에서 바라보면 두 개의 섬으로 보이는 이유다. 무인도였던 형도는 6.25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정착해 일군 섬이다. 방조제 공사 전까지 150여 주민들이 생활했다. 시화호 방조제 건설로 공식적으로는 이주가 이뤄진 섬이고 초등학교 분교도 문을 닫았다. 현재 일부 주민이 섬에 남은 상태다. 

형도 갯벌

형도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정도를 알아보던 섬이라 해서 저울 형(衡)자를 쓴다. 그래서 저울섬, 저울이섬이라고도 부른다. 어도, 탄도, 선감도, 대부도, 오이도 등 인근 섬사람들이 시화호를 ‘형도 앞바다’라고 불렀던 이유다. 실제 이날 형도 가는 길에 바다는 훤히 갯벌이 드러냈고 섬을 나올 무렵에는 첨벙첨벙 밀물이 차고 있었다. 앞바다 갯벌이 드러나는 정도로만 바닷물 수위를 쉽게 알 수 있었다. 

형도로 가는 마을버스는 하루 두 차례 운행하다가 최근 노선이 끊겼다. 현재 형도마을회관도 폐쇄됐다. 마을사람들이 북적이던 회관 앞마당은 염소 축사로 바꼈다. 적막한 섬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형도 갈대밭

수도권 근교에서 이렇게 고요하면서 서해 노을에 젖어가는 갈대숲에서 생태치유여행을 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이곳은 윈드서핑, 드론, 자전거, 야영 동호회 회원들이 즐겨 찾는다. 걷기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형도 둘레길은 형도 종점~선착장~채석장~형도마을 4거리~봉우리(120m)~4거리~형도 종점 코스다. 섬 전체를 둘러보는 코스는 6.2km이다. 

갯벌 생태프로그램에 필요한 도구인지, 마을 어민들의 살붙이인지 알 수 없지만 바닷가 갈대숲에는 갯벌 썰매와 조개를 운반하는 대야들이 보였다. 그물을 털러 가는지 몇몇 사람들이 노을에 젖어가는 선착장 길로 향하고, 철새들은 저녁거리를 준비하느라 갯벌과 바다를 분주히 오갔다. 

형도 마을회관

우음도와 형도 주변에는 화물 트럭의 행렬도 계속 이어졌다. 시화호 일대는 ‘송산 그린시티’로 조성되는 데 공사 현장을 오가는 차량들이다. 송산 그린시티란, 우음도와 시화호 일대 총 면적 55.64㎢(1683만평)에 2030년까지 15만 명이 거주하는 관광‧레저‧생태‧수상도시를 조성하는 신도시다. 

지난 2006년 4월 수립된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에 따라 관광과 레저, 주거가 연계되는 새로운 유형의 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화호 일대를 서해안 벨트의 거점지역으로 육성한다는 기조 아래 시흥시는 해양관광 생태도시, 안산시는 첨단산업도시, 화성시는 서해안의 물류거점 도시로 거듭난다. 특히 우음도·형도가 위치한 화성시 송산면과 비봉면 북측 시화지구는 환경해양생태 자족 기능을 부여하고 공룡알화석지 주변은 생태문화체험파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형도에서 나오는 길은 어섬으로 이어지고 다시 대부도와 시화방조제로 연결됐다. 해가 지는 시화방조제에서 바라보는 우음도·형도는 노을 풍경 속의 한 폭의 그림이다. 시화호 상공을 비행하는 철새들은 다시 시화호 습지와 갈대밭으로 떠났다. 

우음도로 가는 길은 직행 대중교통은 없고 스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비봉 IC~양로교차로~삼화3교~고정1교차로~우음도(송산그린시티전망대 입구) 코스다. 인근 형도까지 돌아볼 경우에는 반드시 스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문의: 화성시 관광진흥과(031-5189-6060)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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