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정동진~심곡항~금진항 해안선·등대

강릉 정동진에서 심곡 바다부채길~금진항 해안도로 절경에 푹 빠지다
박상건 기자 2022-03-06 12:02:52

강릉 해안선 여행 코스는 경포권, 주문진권, 정동진·옥계권으로 나뉜다. 이번 해안선 여행길은 정동진·옥계권 코스이다. 

정동진은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에 위치한다. 정동진은 자타가 공인한 새해 해돋이 명소. 서울과 정동진 기차노선이 있고 바닷가에 간이역이 있어서 기차역에 내리면 바로 바다를 볼 수 있다. 정동진해변은 정동진역 앞, 모래시계공원 앞, 정동진 방파제 세 권역으로 구분하는데 모두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해변 길이는 250m, 면적 1만3000㎡. 갯바위에서 조개, 홍합, 성게, 미역 등을 채취할 수 있다. 

정동진 해변의 여행객들

정동진은 1995년 방송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촬영지 앞 공원을 모래시계공원, 백사장을 모래시계 해수욕장으로 명명한다. 정동진은 주변 헌화로 등 해안선 여행코스와 맞물려 사계절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정동진 남쪽 700m 거리에 야산 공원에 오르면 동해와 해수욕장, 기차역, 해안도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해안절벽에 자리 잡은 크루즈 리조트는 정동진 볼거리 중 하나로 2001년 거대한 배 모양으로 레스토랑, 카페, 전망대 등이 있다. 

정동진 포토존

레일바이크를 타고 정동진 해변과 방파제, 어촌 등을 둘러볼 수도 있다. 레일바이크는 정동진 역~정동진해변~모래시계공원을 지나 다시 정동진역까지 순환하는 5.1km 구간이다. 정동진해변은 100여 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고 숙박, 탈의실, 급수대, 샤워장, 파라솔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정동진과 함께 최근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심곡 바다부채길이 일품인 심곡항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강원도 3대 미항 중 하나다. 강원도 3대 미항은 양양 남애항, 강릉 심곡항, 삼척 초곡항이다.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마을 모양이 종이 바닥처럼 평평하고 그 옆에 붓이 놓여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지필(紙筆)’이라고도 불렀다. 산맥이 뻗은 가운데 위치한 심곡항은 6·25전쟁 당시 마을 사람들이 전쟁 일어난 줄도 몰랐을 정도로 오지마을이었다. 

심곡 바다부채길과 등대

심곡 바다부채길은 정동진 해변의 해안단구 지형이 계속 이어진다. 해안단구는 평탄한 지형이 융기해 파도에 깎여 계단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지형으로 2300만 년 전의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다. 국내 해안단구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상태가 뛰어나 천연기념물 지정됐다. 

정동진~심곡항 해안선 코스를 헌화로라고도 부르는데 2.86km 구간이다. 2016년 9월에 개방돼 탐방로가 조성돼 밀려온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절경을 해안도로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헌화로 도로명은 신라 향가에서 따왔다. 소를 끌고 가던 늙은이가 수로부인에게 절벽의 철쭉꽃을 꺾어다 드릴 때 부른 노래가 삼국유사에서 전한다. “자주빛 바위 가에/손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심곡항방파제등대

강릉에서 정동진 일대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독특한 해안단구 풍경이 펼쳐진다. 정동진 조각공원이나 인근 산에서 내려가다 보는 심곡항은 깊은 골짜기의 고즈넉한 어항 모습이다. 곳곳에 아직 해안경비초소와 철조망 모습이 남아 아름다운 동해와 분단의 현주소를 동시에 되새김질하게 한다. 

심곡항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가자미, 전복, 꽁치가 대표 어종이고 자연산 돌김은 임금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강태공들은 심곡항 앞바다에서 선상낚시로 가자미를 주로 잡고 방파제에서 꽁치 등을 잡는다. 모터보트를 타고 동해 풍경을 조망할 수도 있다. 

심곡항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심곡항은 여름 풍경도 좋고 푸른 바다와 겨울 산이 어우러진 겨울 풍경도 아름답다. 특히 눈 쌓인 산과 푸른 동해 풍경이 절경이다. 여행객은 그대로 겨울 풍경화의 화룡정점이 되곤 한다.

심곡항 해안도로 헌화로

심곡항에서 맛 볼 수 있는 대표 음식은 망치 매운탕. 매운탕 한 그릇으로 가슴을 데우며 창밖에 펼쳐진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바다 풍경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정겹고 평안하다. 

심곡항은 옥계면 금진항으로 이어진다. 심곡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다. 금진항 해변은 길이가 150m 정도인데 금진 1리와 금진2리 쪽 해변은 900m의 백사장이 펼쳐진다. 조용하고 아늑한 해변이다. 바닷물이 맑고 수심이 낮아 서핑 장소로도 인기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헌화로 구간으로 빼어난 해안 절경을 감상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금진항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은 어항이지만 주말이면 방파제에 걸터앉아 바다 풍경을 즐기며 낚시하려는 여행객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마봉과 금진항방파제 등대

금진항은 60~70년대 어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향토적이고 소담한 어항이다. 어민들은 유자망과 정치망 어업을 주로 하는데 어촌계에서 활동하는 어민은 58가구이다. 주로 잡는 어종은 청어, 오징어, 임연수어, 넙치(광어), 가자미, 양미리, 문어, 전복 등이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청어, 2월부터 5월까지는 넙치가 많이 잡힌다. 강태공들은 방파제와 갯바위에서 전갱이, 고등어, 학꽁치, 우럭들을 주로 잡는다. 

항구 뒤로는 383m 높이의 기마봉이 펼쳐진다. 말탄봉이라도 부르는 이 산의 등반코스는 왕복 3시간 정도. 등반 구간은 정동진 조각공원~외솔봉~재랑말~기마봉(말탄봉)~금진항까지다. 기마봉 하산길 1시간 동안은 동해를 계속 조망하는 코스다. 기마봉은 겨울철 입산 통제로부터도 자유롭고 정동진, 금진항 등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금진항 해변

봄에는 산나물, 가을에는 송이가 지천으로 핀다. 금진항에 내려와서는 싱싱한 동해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낚시와 유람선을 타고 동해안을 유람할 수도 있다. 금진해변의 작은 동산 위에 금진온천이 있는데 해안단구 지하 1000여m에서 분출되는 이 온천수는 희귀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금진항에서는 아침 8시경이면 어민들이 갓 잡아 온 수산물을 입찰한다. 금진항 대표 먹거리는 고소하고 씹는 맛있는 가자미회 무침과 시원한 국물의 대게 칼국수이다. 대게 칼국수는 조미료 없이 강원도에서 유명한 장을 풀어 만드는데 대게 맛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얼큰 시원한 맛이 일품. 

정동진·심곡항·금진항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강릉시 7번 국도~안인교차로 좌회전~모전교차로 동해·옥계장면~정동진~심곡항~금진항.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역·청량리역 KTX~정동진역/서울강남·동서울터미널~강릉터미널~정동진 시내버스 운행. 정동진(강동무료주차장)~썬크루즈~심곡항 구간 순환 버스 토·일·공휴일 운행.

문의: 강릉시 관광과(033-640-5125)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섬TV

신경림, '갈대'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몰디브, 보라보라, 발리......’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섬들이다. 이곳에는 무성한 야자수와 금가루 같은 백사장, 그리고 돈 많은 관광객이 있다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인 해양민족이다. 늘 푸른 바다, 드넓은 바다, 3000여 개가 넘는 섬들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해양사가 기록되고 해양문화가 탄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등대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등대

화성시 전곡항은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시화호 이주민을 위해 조성한 다기능어항이다. 항구는 화성시 서신면과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가 건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 등대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 등대

아산만 당진시 안섬포구는 서해안 간척 시대의 어제와 오늘, 서해 어촌이 걸어온 길과 관광 대중화에 발맞춰 섬과 포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신시도에서 고군산대교를 지나면 무녀도다. 무녀도는 선유대교를 통해 선유도와 장자도와 연결돼 차량으로 고군산군도를 여행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봄이 왔다. 푸른 하늘이 열리는 청명을 지나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는 곡우를 앞두고 봄비가 내렸다. 농어촌 들녘마다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나 올 농
(7) 떠나가고 싶은 배

(7) 떠나가고 싶은 배

코로나로 모두가 묶여 있은 세상. 떠나고 싶다. 묶인 일상을 풀고 더 넓은 바다로 떠나고 싶다. 저 저 배를 바라보면서 문득, 1930년 내 고향 강진의 시인
(6) 호미와 삽

(6) 호미와 삽

소만은 24절기 가운데 여덟 번째 절기다. 들녘은 식물이 성장하기 시작해 녹음으로 짙어진다. 소만 무렵, 여기저기 모내기 준비로 분주하다. 이른 모내
신경림, '갈대'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의 총무, K의 전화를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모처럼의 통화였지만 K의 목소리는 어제 만나 소주라도 나눈 사이처럼 정겨웠다. &ldqu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아일랜드는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크고 제일 어린 섬이다. 빅 아일랜드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른 하와이의 섬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의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