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양양군 현남면 동산항·죽도

적막한 바닷가에서 무심히 자연과 호흡하는 추억 여행
박상건 기자 2022-02-14 16:28:41

동해안 7번 국도 양양군 하조대에서 기사문항과 물치항을 지나면 동산항 이정표를 만난다. 양양군 현남면의 동산항은 지형적으로 동해 쪽으로 툭, 튀어나온 지역이다. 그래서 탁 트인 바다 전망이 더욱 일품이다. 

동산항은 아주 작은 지방 어항으로 주로 소형 어선들이 정박한다. 그런데 항구로 들어서는 입구의 바다 풍경이 아주 이색적이다. 하마바위 등 둥글둥글 크고 작은 바위들이 포진해 있다. 작은 항구인데도 이 암석해안과 포구가 어우러지면서 나름의 설악산 줄기를 이어받은 동산항의 위엄을 뽐낸다. 

동산항 암석해안

마치 설악산 어디에서 일부러 바위를 옮겨와서 층층이 쌓은 것처럼 바위들은 가지런히 단을 쌓고 위대한 석공의 조각상처럼 바위마다 선들이 수평으로 물결처럼 무늬가 새겨졌다. 위대한 자연 조각상이 아닐 수 없다. 

강원도 동해안에는 이런 암석해안을 주로 볼 수 있는데 북쪽에 고성 송지호, 남쪽으로 주문진 해안, 속초 영금정, 양양 동산항, 강릉 정동진, 동해 추암해변, 삼척 이사부길 해안 등에서 마주할 수 있다. 다른 지역 암석지대는 넓은 해안선을 따라 길게 갯바위가 분포하는데 동산항은 작은 어항 입구에 암석 동산을 조성한 듯 분포한 점이 참 특이했다. 

동산항

동산항 바위는 암상과 암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암맥은 마그마가 굳어지면서 기존의 암석을 관입해 생성된 것이다. 기존 바위층에 나란히 관입한 것을 암상이라고 한다. 동산항 바위들이 자연 그대로 물결무늬를 이루고 있는 이유이다. 

동산항의 ‘동산’은 마을 모양이 장구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구리 동(銅)자를 쓴 데서 비롯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이 동산항 오른쪽으로 동산항 해수욕장이 이어지는데 해변에서 바라보면 두 방파제가 두 팔 벌려 어항을 하트 모양으로 감싸 안은 모양을 연출한다.

동산항 초입에서 시계방향으로 방파제를 따라 외항 쪽으로 포물선을 그어가는 300m의 큰 방파제 끝단에 붉은색 등대가 있다. 항구 입구에서 시계 반대 방향인 동산해변과 경계선을 그으며 큰 방파제를 쪽으로 뻗어 나간 200m 길이의 작은 방파제 끝단에 흰색 등대가 서 있다. 

남방파제등대와 죽도

큰 방파제인 동산항 방파제등대 높이는 6.6m이고 배들은 이 등대를 기준으로 우측으로 항해한다. 이 등대는 밤이면 16.2km 해역에서도 동산항의 위치를 관측할 수 있도록 불빛을 보내준다. 작은 방파제등대의 공식 명칭은 동산항남방파제등대. 이 등대는 2014년 7월 3일 처음 불을 밝혔다. 백원형콘크리트조의 등대 높이는 10m이고 배가 항해할 때 이 등대를 기준으로 좌측통행을 하는 이른바 좌현표지다. 등대는 밤이면 4초마다 녹색 불빛을 1회 깜박이면서 동산항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 등대 불빛은 14.8km 해역에서도 불빛을 관측할 수 있다. 

동산항 방파제를 걷다 보면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산항 방파제는 동해안의 숨어있는 낚시명소이다. 대표 어종은 오징어, 임연수어, 도다리, 학꽁치, 가자미, 우럭, 볼락, 감성돔, 벵에돔 등이다. 

동산항에서 출발하는 배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방파제에서도 다양한 어종의 입질을 즐길 수 있다. 동산항방파제는 갯바위와 수중 바위, 모래 진흙이 발달한 지역으로 벵에돔, 감성돔이 잘 잡힌다. 

동산항과 동산해변은 물이 유난히 맑아 바닷속이 훤히 보인다. 잘피가 출렁이는 모습과 작은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항구 오른편으로 가면 어부들의 그물질 하는 모습과 함께 한적한 포구에서 살아있는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동산항 잘피 군락지

특히 잘피는 연안의 모래나 펄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여러해살이 바다 식물인데 이 식물의 생태계는 어민들 삶의 터전인 바다의 풍요로운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로 통한다. 연중 무성한 군락을 이뤄 어린 물고기의 은신처가 되고 풍부한 산소와 유기물은 수산생물들이 서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해양수산부는 서울시(605.25㎢) 전체 면적의 2.9배 수준인 약 1782.3㎢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우리 바다의 잘피를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펴는 중이다. 이는 잘피 군락지를 통해 수산생물의 서식기반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해양생태계를 회복하고 그렇게 수산자원이 늘어나면 어민들의 삶도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맑은 물과 파도가 높지 않고 수심이 얕아 스킨스쿠버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동산항이다. 작은 어항의 고요함과 깨끗한 환경으로 인해 조용히 여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길이 800m, 폭 50m 정도의 동산해변은 바다 쪽으로 20m 정도 나가도 무릎 위 정도 물이 차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얕다. 백사장 모래는 떡모래로 불리는데 아주 부드럽고 깨끗하다. 동산해변은 발로 비비면 바로 조개를 캘 수도 있다. 전통어촌부락이 위치해 싱싱한 횟감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체험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동산해변 전경과 죽도

해변에는 야영장이 조성돼 텐트 300동 정도 칠 수 있다. 주차장도 넉넉하다. 항구와 해변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맛볼 수 있는 횟집과 바닷가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와 정겨운 어촌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으로부터 잠시 해방돼 자연과 무심히 호흡하는 뜻깊은 추억 여행이 될 것이다. 

동산해변 오른쪽으로는 양양군 남쪽에 해당하는 죽도가 이어진다. 죽도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육계사주(陸繫砂洲)이다. 육계사주는 육지와 섬, 섬과 다른 섬이나 암초 사이에 모래나 자갈 등이 쌓여 연결된 퇴적 지형을 말한다. 사주 중 육지와 연결된 섬을 육계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대표적 육계도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영흥만 호도반도, 양양의 죽도(竹島)이다. 

죽도는 바다와 숲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죽도해변은 대나무 숲과 해변을 감싸고 있다. 동산항 방파제와 이 죽도가 파도를 막아섬으로써 동해에 큰바람이 불어도 안전하게 높은 파도를 탈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죽도 파도

동산항은 죽도와 연결되고 죽도를 지나면 2km 죽도해변이 이어진다. 동산항은 연계 여행 코스로도 그만인 셈이다. 동산항에서 죽도와 죽도 해변으로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동산항에서 죽도 거리는 서핑강습소와 장비 대여업체가 즐비하다. 

동산항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동해고속도로 현남IC~7번 국도~죽도해수욕장 푯말에서 우회전~동산항 코스다. 대중교통은 양양읍에서 인구항까지 시외버스가 운행하고 인구항에서 동산항까지는 한 정거장 거리로 해안도로를 따라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시내버스는 주문진~하조대 왕복 노선이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7번 국도 동산리에서 내리면 바로 해수욕장이 보이고 동산항까지는 10분 거리다. 문의: 양양군 관광과(033-670-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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